본문 바로가기
역사/미국

표를 적게 얻어도 당선 가능한 미국 대선 제도의 역사

by Interesting Story 2020. 11. 4.
반응형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의 바이든을 상대로 재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개표가 진행 중인데, 지금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는 현재 누가 당선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2016년 치러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는데, 이때 트럼프는 6298만 표를 얻어서 6585만 표를 얻은 클린턴보다 약 287만 표가 적습니다. 득표율은 트럼프가 46.1%, 힐러리가 48.2%입니다. 득표수가 낮은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는 부분이 조금 흥미롭죠. 이 것은 미국의 선거 제도 때문인데요, 많은 사람이 아는 이야기지만, 정리할 겸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 2016년 미국 대선 결과, 출처: 위키피디아 -

미국의 대선제도, 승자독식제

미국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시피 정식 명칭이 아메리카합중국입니다. USA, United States of America죠. 중학교 때 아메리카의 합쳐진 주들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나는데요, 50개의 주와 1개의 특별구(수도구, 컬럼비아구, Washington, D.C.)의 연방국가입니다. 주(州, State)가 각각 하나의 국가인 셈이고, 이 국가들이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국가 권력을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해서 균등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50개의 각 주(州)마다 각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투표를 통해 선출합니다. (United States Electoral College) 그리고, 48개 주에서는 투표에서 이긴 대선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독차지하는데요, 이것이 Winner takes all이라고 불리는 승자독식제(勝者獨食制)입니다. 승자독식제를 적용하지 않는 주는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인데 이 두 군데는 각 후보가 얻은 득표수에 비례해서 선거인단을 분배하여 구성합니다. 의회 지역구 산출식(Congressional District Method)인데, 승자가 상원 2명을 가져가고 승자가 하원 선거구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을 가져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2016년의 대선에서 트럼프는 총 득표수에서는 힐러리에 뒤졌지만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당선을 위한 270명을 넘은 290명을 차지했기 때문에 당선되었습니다. 자, 그러면 미국의 대선제도는 왜 이렇게 약간 복잡한 방식을 취하게 되었을까요.

- 2020년 미국 대선의 주별 선거인단 수, 출처: 나무위키 -

셰이즈의 반란 (Shays 'Rebellion)

대영제국은 1607년 버지니아 식민지를 시작으로 1732년에 조지아 식민지까지 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에 13개의 식민지를 운영하였는데, 미국은 이렇게 대서양 연안의 13개의 나라로 구성된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이 지역들은 1776년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독립국가가 되었죠.

- 13개 식민지, Thirteen colonies,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

이 13개의 나라들은 1777년 연합 헌장을 채택해서 국가연합 정부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강력한 중앙정부가 생기면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처럼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탄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 연합정부는 국방이나 외교 정도의 권한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합규약만으로는 각 주들의 다양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가 없었는데 그런 와중에 1786년, 강력한 중앙정부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셰이즈의 반란(Shays 'Rebellion)입니다. 가난한 농민이 주축이 된 4000명 이상이 미국 독립전쟁의 퇴역 군인인 대니얼 셰이즈의 지휘 아래 반란을 일으키고 보스턴으로 진격하다가 민병대에 의해 진압된 사건이었는데, 원인은 매사추세츠주의 과중한 세금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13개의 나라들은 모두 독립전쟁 이후 극심한 경제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다소 과도하게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많은 농민들이 부채에 시달린 것이 폭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국이나 스페인 등의 외국 군대의 위협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이 지역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위에 민병대에 의해 진압되었다고 썼는데, 연방정부가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군대에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죠. 이렇게 반란에 대한 대응에 제도적인 결함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결국 경제나 안보위기를 강력하게 해결할 수 있는 중앙정부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리고, 1787년 각 주의 대표들이 헌법 제정 회의를 필라델피아에서 열었습니다. (필라델피아 제헌회의, Philadelphia Convention)

- 1787년 스프링필드 병기고에서 퇴각하는 반란군,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

버지니아안과 뉴저지안, 그리고 코네티컷 타협

이 필라델피아 제헌회의에서 알렉산더 해밀턴으로 대표되는 연방주의자들과 토머스 제퍼슨으로 대표되는 반연방주의자들은 서로 대립하게 됩니다. 해밀턴파(연방파)와 제퍼슨파(공화파)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때 여러 정부 형태에 대한 계획안이 제출이 되는데, 버지니아 대표단은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 Jr.)이 구상하고 작성한 버지니아안(Virginina Plan)을 제시합니다. 버지니아안은 대통령을 의회에서 선출하고, 상하원으로 이루어진 연방의회를 만들어 각 주의 인구수에 비례하여 하원 의원을 주민 투표로 선출하고 하원이 상원 의원을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당연히 반연방주의자들, 인구가 적은 주의 대표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었겠죠. 의회로부터 독립적인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선출하고 의회는 단원으로 구성해서 인구수에 무관하게 모든 주가 동수의 의원을 가지는 방안이 제출됩니다. 이것이 버지니아안에 자극받아 제출된 뉴저지안(New Jersey Plan)입니다. 이 외에도 핑크니안과 해밀턴안 역시 제출이 되었는데, 새로운 연합 정부를 구상하는 회의인만큼 많은 토론이 오고 갔겠죠. 참고로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고, 제퍼슨의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았던 제임스 메디슨은 미국의 제4대 대통령입니다. 

- 토마스 제퍼슨(좌)과 제임스 메디슨(우),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

그리고, 코네티컷주 소속 로저 셔먼의 중재로 코네티컷 타협(Conneticut Compromise, 대타협, the Great Compromise)이라는 방안이 제출됩니다. 코네티컷 타협은 상원과 하원으로 이루어진 연방의회를 만들고, 하원은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하여 직접 선거로 선출, 상원은 모든 주가 동등하게 2명의 의원을 선출합니다. 상원은 각 주마다 2명씩 50개 주이므로 100명이 되겠고, 하원은 인구가 많은 주가 아무래도 강한 발언권을 가지게 되겠죠. (현재 총 435명) 그리고, 중요한 것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인데, 각 주에서 선거인단을 뽑고,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이 투표를 하기로 합니다. 선거인단의 수는 각 주의 하원과 상원의 의원 수와 동일합니다. 현재의 미국 헌법과 유사합니다. 이 방식은 국민 개개인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지 않고, 주의 의견이 보다 강조가 되겠죠.

 

1789년 미국 헌법이 비준되고, 초대 상하원 의회가 출범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비준된 헌법에 따라 독립전쟁의 사령관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선거인단의 만장일치로 미합중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됩니다. 이렇게 13개 지역의 연합체였던 미국은 하나의 연방국가가 되었습니다. 뭐 이후에는 서부로 영토를 넓혀나갔고요.

- 미합중국 헌법 서명 장면, 출처: 위키피디아 -


2020년 선거인단

위에 선거인단은 하원과 상원의 의원수만큼이라고 했는데, 상원은 각 주별로 2명씩 총 상원 100명, 2020년 현재 하원은 각 주의 인구에 비례하여 총 435명이고, 워싱턴 D.C.는 가장 선거인단이 적은 수와 동일하게 하도록 되어 있어 현재 3명입니다. 총 선거인단 수가 538명이죠. 이 중 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게 되는데, 하원의 숫자가 상원에 비해 많기 때문에 각 주의 선거인단이 대략적으로 인구에 비례하여 구성이 되겠습니다.

- 2020년 11월 4일 18:50 개표 상황, 이미지 출처: 구글검색 캡처 -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