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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피타고라스의 정리, 여러 문명권에서 독자적으로 발견

by Interesting Story 202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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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수학의 원리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아닌가 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직각삼각형에서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길이의 제곱과 같다는 것인데요,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이유는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수학에서는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개념인 데다가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겠죠.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아무래도 이름 때문에 피타고라스가 최초로 발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타고라스가 처음으로 기하학적으로 증명을 하였기 때문에 (또는 하였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 같습니다만 역사 속의 기록상으로는 확인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담으로 피타고라스 학파는 모든 발표를 피타고라스의 이름으로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혹은 피타고라스 학파의 누군가가 최초 발견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캡처 -

 

피타고라스 학파(Pythagorean school)와 무리수의 발견

피타고라스 학파는 그 시절이 그렇듯 일종의 철학 집단이나 종교집단 같은 성격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수(數)가 만물의 근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이 수()라는 것이 정수 혹은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는 유리수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피타고라스 학파에서 두 변의 길이가 1인 직각삼각형의 빗변이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제곱해서 2가 되는 무리수를 발견한 것입니다. 만물의 근원이 수라는 일종의 신앙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것이 정수와 정수의 비로 설명할 수 있다고 가르치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이 일로 인해 큰 충격에 빠지게 되는데, 이 무리수의 발견은 그들의 세계관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그 사실을 숨기기로 합니다. 이 무리수를 알로곤(Alogon)이라고 불렀다고 하지요. 알로곤은 입 밖에 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히파수스(Hippasus)라는 제자가 규율을 깨고 이 엄청난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마는데요, 그 일로 인해 이후에 피타고라스 학파에 의해 지중해에 수장되는 방법으로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무리수의 발견이 피타고라스 학파의 최대 업적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 로마에 있는 피타고라스 흉상, 출처: 위키피디아 -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발표(?)된 시점이 기원전 500년 - 600년 정도의 시기로 보면 되는데, 사실 그 이전에도 여러 문명권에서 이미 직각이 되는 몇 가지 숫자의 비를 알고 있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끈이나 밧줄에 12개의 매듭을 만든 다음에 이 열 두 개의 매듭을 이용해서 길이의 비가 3:4:5가 되도록 하여서 직각을 측량에 이용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3, 4, 5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가장 유명한 숫자 쌍입니다.

- 고대 이집트에서는 12개의 매듭을 이용하여 직각을 측정하였다. 이미지 출처: 소년한국일보 -

피라미드의 형태를 떠올려 보면 이집트인들은 직각을 정확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될 것입니다. 토지를 측량하거나 직각 형태의 건축물을 세울 때 활용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피타고라스가 이집트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지식을 쌓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피타고라스는 이집트에서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수도 있었겠죠. 느낌 상 아주 무관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 고대 이집트인들은 12개의 매듭을 이용하여 3:4:5의 비를 만들어 직각을 측정하였다. -

이 뿐만이 아닙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바빌로니아 점토판이 발견되었는데, 이 점토판을 보면 이 시기에 이미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족하는 숫자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점은 기원전 1700년에서 1900년 사이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phys.org/news/2016-04-year-journey-classroom.html

 

A 3,800-year journey from classroom to classroom

Thirty-eight hundred years ago, on the hot river plains of what is now southern Iraq, a Babylonian student did a bit of schoolwork that changed our understanding of ancient mathematics. The student scooped up a palm-sized clump of wet clay, formed a disc a

phys.org

위의 링크를 보면 아래와 같은 사진이 있는데, 점토판에 보면 기하학적 모형과 함께 쐐기 문자가 적혀있죠. 점토판의 모형을 복원하고 쐐기 문자를 해독한 결과, 쐐기 문자는 숫자를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숫자는 각각 169 119 120, 4825 3367 3456, 6649 4601 4800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 바빌로니아 점토판에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동일한 개념이 새겨져 있다. 이미지출처: phys.org -

그런데, 이 숫자들이 놀랍게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족하는 숫자입니다. 169^2 = 119^2 + 120^2, 4825^2 = 3367^2 + 3456^2, 6649^2 = 4601^2 + 4800^2를 만족합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피타고라스가 태어나기 이전에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국의 사서에서 발견되는 구고현의 정리

대략적으로 기원전 1,000년에 중국에서도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발견됩니다. 피타고라스보다 대략 500년 앞서는군요. 바로 한나라 때의 책으로 추정되는 주비산경(周髀算經)에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구고현(弦)의 정리라는 이름으로 수록이 되어 있습니다. 구(勾)는 사람의 종아리, 고(股)는 사람의 넓적다리를 의미하는 한자인데, 이것이 직각삼각형의 짧은 변과 긴 변이 됩니다. 그리고 빗변은 현(弦)이 되지요. 구고현의 정리입니다.

- 주비산경에 수록되어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증명,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

주비산경의 기록을 살펴보죠. 아래를 보면 상권 1부에는 3, 4, 5의 비를 가진 직각삼각형이, 상권 2부에는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나타납니다. 이미 고대 중국에서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있었음이 나타납니다.

직사각형의 절반에서, 만약 구(句, 직각을 낀 변)의 길이가 3이고 고(股, 직각을 낀 다른 변)의 높이가 4라면, 대각선의 길이는 5이다.
故折矩,以為句廣三,股修四,徑隅五

태양까지의 길이를 계산하려면, 먼저 태양의 지면에 사영된 곳까지의 (수평) 거리를 구(句), 태양에서 지면까지의 (수직) 거리를 고(為)라고 하자. 이들을 각각 제곱한 뒤, 합한 뒤, 제곱근을 취하면 태양까지의 길이를 얻는다.
若求邪至日者,以日下為句,日高為股,句股各自乘,并而開方除之,得邪至日

출처: 위키피디아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어느 한 문명권에서 전파가 된 것이 아니라 왜 독자적으로 발견이 될까요. 바로 이 피타고라스 정리는 거리를 계산하거나 수직으로 건물이나 재단을 쌓아 올리는 측량과 건축의 기본이 되는 필수적인 지식이라 각자의 문명권에서 독자적으로 이미 발견하여 활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류의 지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신라시대의 유적인 첨성대는 대각선과 높이의 비가 대략적으로 4대 5이고, 천장석의 대각선과 기단석의 대각선 길이 비가 3:4입니다. 천장석의 대각선, 기단석의 대각선, 첨성대의 높이가 3:4:5를 이루고 있는 것이죠. 신라시대에 천문학 서적으로 주비산경이 이미 이용되고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신라인들도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첨성대에서도 구고현의 정리를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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