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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유럽

합스부르크 가문의 외모에 얽힌 이야기와 근교계수(Inbreeding coefficient)

by Interesting Story 2020.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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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턱(Habsburg jaw or Habsburg lip)

13세기부터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하고 오스트리아 왕실을 거의 600년간 지배한 합스부르크 가문(House of Habsburg)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과 함께 유럽의 여러 왕실 중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가문 중의 하나입니다. 이 가문의 인물들 초상화를 한 번 보시죠.

- 카를 5세(좌)와 펠리페 4세(우), 출처: 나무위키 -

어떤가요? 무언가 특징이 느껴지나요? 참고로, 카를 5세는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아서 자는 사이에 입속으로 들어간 벌레를 먹게 되는 바람에 수염을 길렀다고 합니다. 펠리페 4세는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서 위장장애를 앓았다고 하는데요. 두 개의 초상화를 더 볼까요.

- 펠리페 2세(좌)와 카를로스 2세(우), 출처: 나무위키 -

이만하면 외모적인 특징이 보이죠. 바로 턱입니다. 주걱턱이라고 불리는 하악전돌증을 합스부르크 턱(Habsbrug jaw or lip)이라고도 하는데요, 초상화들을 보니 왜 이런 명칭이 붙여지게 되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사실 저 시대의 초상화들이 요즘 포샵질이라고 하는 수준 이상의 보정을 다 거쳐서 미화된 것임을 감안해보면 실제로는 훨씬 더 심한 주걱턱이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왕권과 가문의 번영을 위해 수십 년간 반복된 근친혼으로 유전적인 결함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돈 후안 데 아우스트리아와 마리아 테레지아

하지만, 이 가문에도 외모가 출중했던 인물이 있었는데요, 바로 돈 후안 데 아우스트리아 (Don Juan de Austria (Don John of Austria))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Walburga Amalia Christina)입니다.

※ 참고로 돈(Don)은 남부 유럽에서 귀족이나 성직자에게 붙이는 경어로, '경'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 돈 후안 데 아우스트리아(좌)와 마리아 테레지아(우), 두 사람은 합스부르크의 핏줄이지만 외모가 빼어나다. 출처: 나무위키 -

돈 후안은 레판토 해전의 신성동맹 함대의 총사령관이었던 데다가 능력도 다른 왕위 후계자들보다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카를 5세의 서자였기 때문에 왕위와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어머니인 바바라 블롬베르크(Barbara Blomberg)가 훗날 돈 후안의 아버지가 카를 5세가 아니라고 털어놓았다는 야사가 있는데, 그래서 주걱턱이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1745년 - 1765년 사이에 신성로마제국의 황후로 공식적인 지위를 가졌지만, 당시 통치와 관련된 실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던 실질적인 황제였습니다. 그리고 자식을 무려 16명이나 낳았는데, 막내딸인 마리아 안토니아 요제파 요한나가 바로 그 유명한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유전적인 특성인 주걱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는데,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의 외모를 물려받아 비교적 아름다운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치아 교정을 하고 부채로 가리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마리 앙투아네트, 그녀도 유전적인 주걱턱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출처: 나무위키 -


근교계수 (Coefficient of Inbreeding)

근교계수는 조상의 유전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근친교배가 있었는가를 알아보는 계수입니다. 두산백과의 정의에 따르면, '동물에서 어느 개체의 선조가 어느 정도 근친교배를 하였는가를 나타내는 계수이다. 근친교배의 횟수가 많을수록 조상의 수가 감소하는 것을 이용한다.'라고 되어있는데요, 이 합스부르크 가문의 근교계수를 계산한 논문이 있습니다.

 

The role of inbreeding in the extinction of a European royal dynasty,

출처: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2664480/ 

 

초록에 보면 'In this article, this hypothesis is checked by computing the inbreeding coefficient (F) of the Spanish Habsburg kings from an extended pedigree up to 16 generations in depth and involving more than 3,000 individuals.', 16세대에 걸쳐서 3,000명 이상에 대해 계산하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계산 방법은 아래와 같은데, 근교계수는 극단적인 경우인 자웅동체의 자가수정은 계수가 1.0이 되고요, 숫자가 낮을수록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근교계수가 높다면 근친교배가 많았으므로 열성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 근교계수의 계산식, 출처: 두산백과 -

논문에 실린 합스부르크 가문의 족보입니다. 카를 5세는 사촌과 결혼하였습니다. 펠리페 2세와 4세는 촌수로 삼촌인 조카와 결혼하였고요, 펠리페 3세는 촌수로 오촌인 조카의 딸과 결혼하였습니다. 근교계수가 아주 높을 것으로 예상이 되죠.

- Pedigree of the Spanish Habsburg kings -

아래는 계산 결과입니다. 특히 펠리페 3세(0.218)와 카를로스 2세(0.254)의 경우에 굉장히 높은 근교계수가 나오는데요, 펠리페 3세는 아버지는 펠리페 2세이고, 어머니는 아버지와 조카 관계인 오스트리아의 아나입니다. 카를로스 2세는 아버지가 펠리페 4세이고 어머니가 아버지의 조카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아나입니다.

- 합스부르크 가문의 근교계수, 펠리페 3세와 카를로스 2세의 근교계수가 굉장히 높다. -

그리고, 이 논문을 보면 이 높은 근교계수가 사망률에도 영향을 크게 미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근교계수가 높아질수록 아이를 낳으면 10년을 살기 어려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합스부르크 가문의 근교계수와 10년 생존률. 근교계수가 높으면 10세를 넘기기 어렵다. -

그리고, 합스부르크 가문에서도 특히 근교계수가 높았던 카를로스 2세는 이 집안 유전병의 결정체였는데, 결국 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가문의 맥이 끊기면서 왕위계승전쟁이 벌어지는 계기가 됩니다.


결혼을 통한 동맹 강화, 근친혼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였던 합스부르크 가문, 하지만 잦은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의 누적이 결국에는 몰락으로 이르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이렇게 세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이상 합스부르크 가문의 외모에 얽힌 이야기를 마칩니다.

 

덧. 무려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금수저 끝판왕인가..), 엘레오노레 본 합스부르크(Eleonore von Habsburg, 94년생, 모델)를 보면 아직도 완전히 그 턱으로부터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드네요.

-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엘레오노레 본 합스부르크, 그 가문의 핏줄이다보니 턱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출처: https://www.dmitory.com/issue/1383486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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