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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무신론_러셀의 찻주전자, 틈새의 신과 거증책임

by Interesting Story 2020.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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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無神論)은 말 그대로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상입니다. 반대 개념을 가진 말은 유신론(有神論)이겠죠. 한 때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저도 학생 때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신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러셀의 찻주전자, 틈새의 신과 거증책임에 대해 소개합니다.

 

※ 이 포스팅은 종교나 신앙에 대한 비판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러셀의 찻주전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영국 국적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1950년에 서양철학사(A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라는 저서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죠. 아래의 내용은 그의 글인 '신은 존재하는가? (Is There a God?)'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입니다.

만일 내가 지구와 화성 사이에 도자기 찻주전자 하나가 타원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 찻주전자는 너무나 작아서 가장 좋은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다고 덧붙인다면 아무도 내 주장을 반증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내 주장을 반박할 수 없기에, 내가 이를 의심 하는 것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한다면, 모두들 당연히 내가 헛소리 하는 것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찻주전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고대의 책에도 나오고 일요일마다 신성한 진리로 가르치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주입한다면, 이 존재를 믿기 망설이는 것은 기행의 표식이 되고 이를 의심하는 자들은 현대의 정신과 의사나 옛날의 이단 재판관의 관심 대상이 될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러셀의 찻주전자

If I were to suggest that between the Earth and Mars there is a china teapot revolving about the sun in an elliptical orbit, nobody would be able to disprove my assertion provided I were careful to add that the teapot is too small to be revealed even by our most powerful telescopes. But if I were to go on to say that, since my assertion cannot be disproved, it is an intolerable presumption on the part of human reason to doubt it, I should rightly be thought to be talking nonsense. If, however, the existence of such a teapot were affirmed in ancient books, taught as the sacred truth every Sunday, and instilled into the minds of children at school, hesitation to believe in its existence would become a mark of eccentricity and entitle the doubter to the attentions of the psychiatrist in an enlightened age or of the Inquisitor in an earlier time.
출처: https://www.cfpf.org.uk/articles/religion/br/br_god.html

이 내용이 무엇을 은유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종교는 논리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신앙인도 그 부분을 인정하면 되는데, '신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신이 존재한다.'와 같은 논리가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 Russel's teapot, 우주 궤도를 돌고 있는 러셀의 찻주전자, 출처: https://medium.com/@corovin64/on-russell-s-teapot-f7c2ebf3b6cb -

 

 

틈새의 신 (God of gaps)

틈새의 신은 19세기의 전도사인 헨리 드러먼드(Henry Drummond)의 1894년 저서인 The Ascent of Man에서 아래와 같은 표현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gaps which they will fill up with God
틈새는 신에 의해 채워질 것이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신에 의해 채워질 것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종교를 통해 신의 섭리로 설명되던 부분들이 과학의 발전에 의해 설명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부분, 즉 '틈새'를 신에 의한 것으로 가정하는 경향을 비판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서 '빅뱅 이전에 무엇이 있었을지 과학으로는 밝혀낼 수 없는데, 그것은 신이 창조하였기 때문이다'와 같은 류의 논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굳이 초자연적이고 초월적인 신으로만 설명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기에 '무지에의 호소'라는 오류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그 틈새가 추후 어떻게 밝혀질지는 아직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거증책임(擧證責任)

거증 책임이라는 말은 형사 소송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인데,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아래와 같은 뜻이 나옵니다.

거증책임이라는 말은 소송상 어느 사항이 증명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에게 불이익한 판단을 받을 우려가 있는 당사자가 그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당해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해야 할 부담을 말하며 입증책임()이라고도 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실무노동용어사전)

다시 말해서, 어떤 사실이나 존재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증명하고 싶다면 사실이나 존재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거를 제시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러셀의 찻주전자를 거증책임의 맥락에서 이해하면 되는데, 찻주전자의 존재를 주장하려면 주장하는 쪽에서 증거를 제시해야 되겠지요.

 

- 이런 식의 논리 전개는 곤란 -

 


과학과 종교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던가, 아니면 반드시 충돌하기 마련이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저는 그냥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종교의 내용을 과학과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논리적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좋지요. 예를 들어 창조론을 믿는다면, 굳이 진화론을 부정하지 말고 창조론의 그 웅장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싶네요. 무언가 진화론을 부정하기 위한 논리를 가져오는 순간에 창조론의 그 멋진 내용에 흠집을 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비판 의도를 가지고 작성한 글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말씀드리며, 이만 포스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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