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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우리나라

선운사 마애불에 얽힌 전설과 동학운동

by Interesting Story 202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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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禪雲寺)는 전라북도 고창군의 선운산에 위치한 사찰인데, 백제 위덕왕 24년(6세기 후반) 검단선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이 선운사에는 창건에 얽힌 설화도 있습니다만,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요, 바로 마애불에 얽힌 전설입니다.

- 선운사 전경, 출처 : http://www.seonunsa.org/bbs/board.php?bo_table=5010&wr_id=9 -

선운사에 있는 암자 중 하나인 도솔암의 서편 암반 한 면 절벽에 높이 17m에 달하는 마애불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 석불에는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선운사 마애불의 배꼽에는 검단선사의 비결(秘訣)이 들어있고 이 비결이 세상에 나오면 한양이 망하는데, 비결과 함께 벼락살도 들어있어서 거기에 손대는 사람은 벼락을 맞아 죽는다.

- 선운사 도솔암 마애불,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A%B3%A0%EC%B0%BD_%EC%84%A0%EC%9A%B4%EC%82%AC_%EB%8F%99%EB%B6%88%EC%95%94%EC%A7%80_%EB%A7%88%EC%95%A0%EC%97%AC%EB%9E%98%EC%A2%8C%EC%83%81 -

 

1820년 전라도 감찰사 이서구(李書九)가 강렬한 호기심에 이끌려 마애불의 복장(腹藏)에서 비기(秘記) 한 권을 꺼내보다가 맑은 하늘에 갑자기 벼락이 쳐 '전라감사 이서구가 억지로 열다(全羅監司 李書九 開坼)'라는 첫 문장만 언뜻 보고 다시 집어넣어 봉인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 시간이 흘러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나기 일 년 전인 1892년, 동학 접주 손화중(孫和仲)의 집에서 그 비결을 꺼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민중을 구원할 이상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비기가 반드시 필요하며, 지금이 바로 그 비기를 열어볼 때라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모두들 벼락살을 걱정했지만, 오하영이라는 도인이 말하기를,

 

이서구가 열었을 때 이미 벼락이 쳤으므로, 벼락살은 없어졌다.

 

그리고 동학도들은 석불의 배꼽을 깨고 비결을 꺼내갔는데, 당시 항간에 떠돌았던 소문으로는 '이조 500년 후에 미륵석불의 복장을 여는 자가 있을 것이며, 그 비기가 나오면 세상이 망할 것이요, 그러한 후에 다시 흥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동학도가 천지개벽의 비결을 입수했다는 그 소문이 퍼지면서 동학도의 수가 급격히 불어나게 되었는데요, 이 일로 각지의 동학도들이 잡혀 들어가 문초를 받았고, 결국 주모자 세 명인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은 1895년 4월,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실제로 동학도들이 비기를 꺼내었는지 또는 그 내용이 어떠하였는지 등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미륵불의 힘을 통해 모순에 찬 현실을 타파하고 이상 세계를 이루고자 한 당시 민중들의 간절한 염원과 실천적 행동은 엄연한 역사적 현실이었고, 당시 이 마애불의 비결을 꺼낸 현장에 있었던 동학도 오지영이 쓴 '동학사'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권(유홍준 저)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 참고로 이때 꺼낸 비기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경세유표라는 또 하나의 전설이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남도답사 일번지, 창비


2019년에 개봉한 사바하에 보면, 미륵이 등장하는데요, 석가모니 이후의 부처를 미륵이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뱀'에 대항하기 위해 '미륵'이 출현한 것이지만, 불교에서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출세한다는 것은 곧 낡은 세상이 끝나고 새 세상이 온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마애불에 얽힌 전설은 민중봉기를 통해 새 세상을 염원하는 미륵신앙적인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죠.

- 사바하 (2019), 장재현 감독 -

이 전설은 검단선사의 비결이 세상에 나오는 날 한양이 망한다는 것은 곧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는 다분히 혁명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비결을 손에 넣은 사람이 공교롭게도 동학농민운동의 주도자 중 한 명인 손화중이었다는 짜 맞춘 듯한 결말이 참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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