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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우리나라

조선의 로스트 테크놀로지, 사약 (賜藥)

by Interesting Story 202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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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사극을 보면서 죄인이 사약을 받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대표적으로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방영된 드라마 장희빈이 있고요. 창경궁 취선당 앞에서 장희빈이 소복을 입고 꿇어앉아 강제로 입을 벌려 사약을 들이붓는 그 장면이 유명합니다.

 

이렇듯 사약(賜藥)은 임금이 하사하여 사형을 집행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사용되었는데요, 임금이 하사한 것이라 줄 사자(賜)를 사용합니다. 죽을 사자(死)가 아니고요.

- 드라마 장희빈의 명장면, 사약씬 -

단어의 의미 상으로는 무언가 임금이 은혜를 베푸는 약인 듯한 뉘앙스인데, 네이버에서 쉽게 검색해 볼 수 있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사약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왕족 또는 사대부가 죄을 지었을 때 임금이 하사한다고 정의되는 것을 보면, 최소한의 명예를 지켜줄 필요가 있을 때 사용한 사형 방식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도 교수형이나 참형과 다르게 형전에 명시되어 있지 않았는데, 능지처참 같은 방식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일종의 신분상의 특혜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기술된 사약의 정의와 내용, 네이버 캡처 -
- 김윤보, 형정도첩, 사약어양반, 출처: http://minbaek.aks.ac.kr/Contents/Item/E0025804# -

 

실전(失傳)된 기술, 사약

그런데, 사약이 조선의 로스트 테크놀로지인것은 아시나요? 사약의 재료와 제조에 관련된 기술은 내의원에서 철저히 비밀에 부쳐 관리되었기 때문에 관련 기록이나 문헌도 없이 베일에 쌓여 후대에 전수되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재료로 부자(附子), 비상(砒霜), 천남성(天南星) 등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정확한 재료와 제조법, 배합에 대해서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현대에 사람이 마시고 죽을 수 있는 약물 형태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겠지만, 그 당시에는 어떤 재료로 어떻게 배합하여 제조하였는지 모르고 있으니, 실제로는 어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고 역사학적인 측면에서의 과제인 셈입니다.

 

 

그리고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에 따르면 어떤 색상인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현재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약 색상으로 보이는 것도 그저 추정일 뿐이라고 합니다.

 

사약에 얽힌 에피소드들

드라마를 보면 사약을 마시고 바로 쓰러져 죽거나, 심지어 피를 토하며 죽는 경우들이 보이는데요, 이는 극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무래도 주입하는 방식이 마시는 형태이다 보니 체내 흡수가 아주 빠르지 않고, 한약의 특성상 약효가 빠르지 않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들의 공통점은 사약을 받고 나서 죽음에 이르게 하도록 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 드라마 왕과 나에서 성종의 계비이자 연산군의 어머니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마시고 피를 토하며 죽는다. -

 

 

 

 

 

1. 서인(노론)의 영수격인 우암 송시열은 사약을 두 사발을 마셔도 죽지 않아, 입천장을 긁어내고 상처를 내어 사약을 세 사발을 더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2. 단종은 사약을 받은 뒤에 약기운이 더 빠르게 돌게 하기 위해 군불을 땐 온돌방에 수십분을 누워있다가 서서히 죽어갔다는 설이 있습니다.

 

3. 이게 사약에 얽힌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할텐데 '을사전문록'에 따르면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사약을 받았던 금호(錦湖) 임형수는 무려 열여섯 사발을 마셔도 죽지 않아, 두 잔을 더 들이키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목을 매어 죽었다는 혹은 목을 졸라 죽였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목을 매지 않았다면 배가 불러 죽었을지도... 임형수 이 양반이 좀 재미있는 양반인데, 굉장히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약을 들고 마시려 하다가 의금부 서리를 보고 웃으며 '그대도 한 잔 마시겠는가?'라고 하였다죠. (명종실록 6권, 명종 2년 9월 21일 4번째 기사)

 

- 조선왕조실록에 임형수가 사약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출처: http://sillok.history.go.kr/popup/viewer.do?id=kma_10209021_004&type=view&reSearchWords=&reSearchWords_ime= -


조선시대의 사약은 사형에 처하되, 그나마 임금이 배려하여 명예만은 지키게 해주는 방법이었다는 것이 재미있고, 또한 그 정확한 재료나 제조법, 배합이 실전되어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되었다는 것 역시 역사의 흔적을 찾다 보면 알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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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P,K 2020.08.02 22:03

    死약이 아니었군요...
    옛 기억을 더듬어보니 고딩때 국사 선생님왈
    “사약으로 아마 배터져 죽었을껴!!, 왜냐믄 그땐 냉면그릇 만한걸로 서너개 주었으니깐~!”
    기억이 새록 나네요 ㅎㅎ
    흥미로운 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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