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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우리나라

우리나라의 할로윈데이(Halloween), 나례(儺禮)

by Interesting Story 202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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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할로윈데이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핼러윈인데, 무언가 입에 잘 붙지 않아 그냥 이 포스팅에는 할로윈으로 씁니다.) 호박을 도려낸 다음 그 안에 초를 세워두어 호박에 유령의 모습을 조각한 등불인 잭오랜턴(Jack-o-lantern)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호주와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1800년대에 미국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풍습은 당연히 아니고 영미권의 축제 같은 개념인데, 이 날은 죽은 정령들이 되살아나고 마녀나 영혼들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유령이나 흡혈귀 등의 분장을 하여 몸을 빼앗기지 않도록 하여 즐기는 축제입니다. 하지만, 어느 새부터 우리나라도 이태원에서 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 할로윈 데이의 잭오랜턴(Jack-o-lantern) -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 할로윈데이와 비슷한 풍습이 있습니다. 바로 나례(儺禮)인데요,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이 되면 잡귀를 쫓기 위해 행하던 의례입니다. 그러면, 이 나례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참고로 섣달은 그 해의 마지막 달인 음력 12월을 일컫는 말이고, 그믐날은 그 달의 마지막 날인 29일이나 30일을 뜻합니다. 그러면 섣달그믐은 음력으로 12월 29일이나 12월 30일이겠죠. 그리고, 당연히 섣달그믐의 다음 날은 설날입니다.

 

나례(儺禮)

나례는 음력으로 섣달 그믐날에 탈을 쓰고 귀신을 쫓던 풍습으로, 고려시대 때 중국에서 들어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섣달그믐이 되면 집의 헌 곳들을 새로 정비하고, 집안뿐만 아니라 가축우리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합니다. 그리고, 자정이 되면 불을 피우고 폭죽을 터트렸는데요, 묵은 해의 잡귀들을 몰아내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있었죠. 나라의 태평과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 궁중 의례로도 거행되었습니다. 탈을 쓰고 춤을 추었는데, 집단 가면 무극이 이 행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나례를 대나(大儺)라고도 하는데, 고려사에서 대나 관련된 기록을 찾을 수가 있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어렵지 않게 나례에 대한 기록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 나례에 사용되었던 방상시 탈, 이미지출처: 우리역사넷 -

나례 행사 중 김돈중이 정중부의 수염을 태우는 일이 발생

우리 역사 관련된 기록에서 나례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보다 꽤 되는데, 그중에 무신정변(武臣政變)과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나례 자체와는 큰 연관성은 없지만, 나례 때 벌어진 사건을 무신정변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어 다루어 봅니다. 무신정변은 고려시대 의종 때 상장군 정중부를 필두로 이의방, 채고, 이의민 등이 일으킨 쿠데타인데요, 예전에 과거 제도에 대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고려 광종 때 과거시험이 시작되면서 문치(文治)의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무신들보다 문신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무(武)를 약간 천시하게 됩니다. 이게 사실 제도적으로 조금 불합리하게 되어 있었는데, 어느 정도였냐 하면 무신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지위는 정 3품인 상장군이었던 것에 반해서 2품 이상의 재상직은 문신들만 가능했습니다. 그 유명한 서희, 강감찬, 윤관도 모두 문신 출신입니다. 군대의 지휘권도 문신들에게 있었던 것이죠. 당연히 무신들의 불만은 쌓여만 갑니다. 그리고, 이 불만이 가중되어 무신정변의 발단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 사건이 바로 나례 행사 때 벌어집니다.

2020/08/19 - [역사/우리나라] - 조선 시대의 과거시험과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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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치솟는 실업률과 함께 취업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공무원 시험이라는 것이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는 것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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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년 섣달 그믐날에 궁중 행사로 나례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때 함께 행사를 즐기다가 젊은 문신이었던 김돈중이 상장군 정중부의 수염을 장난 삼아 촛불로 태우는 일이 발생합니다. 정중부의 멋지게 자란 수염을 보고 무신 따위에게 저런 멋있는 수염이 필요한가라는 식으로 질투를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김돈중이 누구냐, 바로 삼국사기 편찬자로 알려진 그 유명한 김부식의 아들입니다. 권력과 명망을 두루 갖춘 문벌귀족 김부식을 아버지로 둔 김돈중도 문신이었는데, 그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겠죠. 당황스러운 일에 엄청나게 화가 난 정중부는 김돈중에게 욕설과 함께 폭력을 행사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여기서 김부식이 가문에 대한 체통 때문인지 나서서 인종에게 정중부를 매질해 달라고 합니다. 인종은 대학자이자 권신인 김부식의 요청을 뿌리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이 요청을 허락을 하게 되는데, 뒤로는 별도의 지시를 내려서 정중부가 처벌을 면하도록 해주긴 하였습니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서 정중부는 김부식 부자에게 아주 깊은 원한을 갚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무신정변의 발단이 되는 일이 된 셈입니다. 후에, 1170년 무신정변이 일어나고 나서 김돈중은 동생 김돈시와 함께 살해당하고 무신정변이 일어나기 전인 1151년에 사망한 김부식은 부관참시를 당하게 되죠. 김부식 가문은 이렇게 정중부의 원한으로 인해 큰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SBS에서 2016년에 방영하였던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우리 아내가 요새 넷플릭스로 시청하더군요. 참고로 이 드라마에 나례 장면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굉장히 고증에 신경을 쓴 모습입니다. 방상시탈을 쓰고 있는 사람이 보이네요.

- SBS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에 나오는 나례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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