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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중국

흉노족에 얽힌 이야기, 천고마비(天高馬肥)와 만리장성(萬里長城)

by Interesting Story 202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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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匈奴)는 기원전 4세기부터 5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북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한 유목국가입니다. 한(漢)나라와 무력 충돌을 은근 빈번하게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한 때는 중국의 북부에서부터 러시아 남쪽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을 건설하였으나, 후에 전한(前漢)의 공격으로 급격하게 쇠퇴하였고, 후한 말기와 오호십육국 시대를 거치면서 431년에 하(夏)나라가 멸망하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학계에서는 몽골이라기보다는 튀르크계 인종일 것이라는 학설이 지배적인데,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훈족과 동일한 민족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중에 훈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기원전 250년경 흉노의 최대 강역,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

이렇게 흉노족은 역사 속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북방민족으로서 수백 년 이상을 중국과 부딪힌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접하지만, 흉노족과 얽힌 이야기인 것은 모르는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이 더러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천고마비(天高馬肥)와 만리장성(萬里長城)입니다.

 

천고마비는 원래 북방민족을 경계하라는 뜻

가을을 우리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뜻으로, 수확의 계절, 풍요로운 가을의 정취를 나타내는 고사성어인데요, 혹시 하늘이 높다는 쉽게 이해가 되는데, 왜 하필이면 농경사회에 굉장히 중요하였던 소가 아니라 말이 살찐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사실 이 표현은 원래는 가을의 풍요로움과 정취를 나타내는 현재와 다르게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습니다.

당나라에 두심언(杜審言)이라는 시인이 있었는데, 북방의 전쟁터에서 경계를 하고 있던 소미도(蘇味道)라는 친구에게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한 통 보냅니다. 그리고, 그 편지에는 아래와 같은 시가 실려 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두심언의 손자가 바로 그 유명한 두보입니다.)

구름은 깨끗한데 밤하늘에는 혜성이 떨어지고 [雲淨妖星落]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 [秋高塞馬肥]
힘차게 말 달리며 날랜 칼 휘두르고 [馬鞍雄劍動]
붓을 놀려 일필휘지 격문을 날리리라 [搖筆羽書飛]

여기서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라는 표현을 단순하게 가을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미는 흉노족의 말들이 살이 오르고, 곧 쳐들어 올 테니 조심하라는 의미입니다. 유목민족인 흉노족은 척박한 북방에서 방목이나 수렵이 주된 생계 수단이었기 때문에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말에 의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가을에 쳐들어와 수확한 곡식을 약탈해 가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훗날 사람들이 추고새라는 말을 줄여서 천고라고 하게 되면서 천고마비가 되었고요. 다시 말해 가을의 대표적인 한자성어 천고마비는 북방민족을 경계하라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을이 되면 말이 살이 찝니다.)

-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 제주마들의 모습,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

 

흉노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한 만리장성

천하통일을 이룩한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는 춘추전국시대에 북쪽 변경에 지어졌던 장성들을 증축하고 연결하여 만리장성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이 유명한 만리장성의 건설 이유가 바로 흉노로 대표되는 북방민족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북방 유목민족과의 경계선을 확립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실제로 후에 전한은 흉노와 아주 굴욕적인 화친을 맺게 되는데, 그 조약의 내용 중에 만리장성을 경계로 서로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죠. 하지만, 이후에도 거란의 요나라, 만주족 여진의 금나라나 몽골 원나라 등의 북방 민족에게 황하 유역의 이북 영토를 빼앗긴 적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효과 자체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리장성의 실제 길이는 6,350km로 4,000km인 만리보다 더 긴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그 긴 길이를 모두 관리하고 활용하기는 쉽지가 않았겠죠.

- 만리장성, 흉노 등 북방민족을 경계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


이제 추석 연휴도 지나가고, 어느새 완연한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곧 있으면 보기 좋게 산들도 단풍으로 물들겠지요. 이 포스팅을 읽으시는 분들은 잠시 PC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가을 공기를 한 번 들이켜 보면서 여유를 가져 보시기를 바랍니다. 가을의 정취와 함께 우리의 마음도 함께 살이 찌지 않을까요. 이렇게 흉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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